이 영화에 홀린 건 포스터 때문이다. 뭐랄까, 한 눈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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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her>, 나에게 쓰는 편지
글, 사진. 이경지(에세이스트)
이 영화에 홀린 건 포스터 때문이다.
뭐랄까, 한 눈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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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색감이나 깊은 눈빛의 얼굴이 강렬해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영화처럼 자세한 얘기는 없고, 제목 밑에 '감독의 사랑 이야기'라고 적혀있었다. 황당했다. 영화를 볼 때면, 포스터에 왠만한 정보가 적혀 있어서 관람을 빨리 결정을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을 알고 보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따로 검색해서 알아봤다. <her>은 감독이 각본,연출까지 한 OS 시스템과 사람 간의 사랑이야기. 사랑 이야기라 하면 머릿속에 그려지거나, 관심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게다가 영화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여서, 한 번 본 스토리라면 다시 보는 것도 싫어했고, '새로운 것도 많은 데 굳이?'라고 말하며,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포스터에 낚였다 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설명하지 못할 감정에 잠식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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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체적으로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것 자체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갓 스무 살 때 봐서 무엇을 알겠냐마는 당시 짝사랑에 대한 열사병을 앓고 있었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대상이 있다.'는 것 자체로 모든 감각을 세울 수 있었다. 테오의 직업은 편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대신 전달하는 작가다. 반면의 자신의 사랑은 OS 안에서 맞춰가는 모순이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의 사연은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일필휘지로 쓰는데, 본인의 마음은 데이터를 통해 완성된 시스템에 불과했다. 가만보면 나에게 쓰는 편지인 것이다. To. Teo ... From. 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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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삶 속,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대상이 있길 원하는 테오는 단조로운 캐릭터다. 영화 자체도 그렇다. 전적으로 테오의 편이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배우들의 얼굴을 크게 잡아준다. 이것 또한 OS와의 차이점을 감독이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표정, 목소리, 음낮이, 분위기 등 섬세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게 관람객으로서 프로그래밍 된 듯하다. 덕분에 테오의 시선으로 줄거리를 읊은 기분도 들었다.
생각해 보니 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등장인물을 지워서 내 이름을 집어넣는다. 상황이 조금만 비슷해도 마치 내 얘기인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된다. 흡입력이 좋은 작품일수록 집중도는 강해진다. 그렇게도 하지 않았던 n 차 시청도 <her>만큼은 매 해 봤다. 슬프지만 그만큼 짝사랑도 길게 했다는 뜻이다. 하물며 테오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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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과제로 짧은 영화 만들기가 있었다. 꽤 충격을 받았는지, 대사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감정선을 표현했었다. 숫자가 빨리 변하면 불안감이나 설렘, 느리게 변하면 안정감과 또 다른 무기력함을 표현했다. <her>에서 남은 부스러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엘리베이터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영화 후반부에는 내려가는 장면이 많이 잡힌다. 밖에 나가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OS의 흔적이 들린다. 오로지 내 것인 줄 알았던 착각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진 사랑의 끝이다. 그렇다면 테오가 느낀 감정은, 과연 진짜 사랑일까? 진짜 감정일까? 진짜 현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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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같이의 가치를 외쳤던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이기에 겪는 외로움을 아는, 결국은 그 자리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걸,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말 없이 빛나는 빌딩 속 조명이 그 대답을 대신 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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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제주도에서 태어나 육지를 바라면서 살다가도 결국 섬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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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매거진 (TULP MAGAZINE)
Letters From Tu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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