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볼때 쯤이면 '안 본 눈 삽니다'라고 할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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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에서 혼자 맥주 한 캔과 노트북만으로 약 20분간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다. 음악이나 영화는 너무 차분하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는 너무 자극적이라면, <사인필드>가 그 사이 적당한 행복을 찾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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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NBC에서 방영된 이 시트콤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던 시트콤이다. 제작자인 래리 데이비드와 제리 사인필드는 "포옹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4명의 주연들은 성장하지도, 감동을 주지도, 서로의 관계가 발전하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웃음만을 위한 코미디 쇼다. 종영 당시 피플지에는 "거짓말이라고 해줘요"라는 말이 표지를 장식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사인필드>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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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필드>가 처음부터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첫 시즌은 5부짜리 실험작이었고, 여러 방송국에서 방영을 거절당했다. 이후 아홉 시즌 180부작에 이르기까지 시청률은 최고 40%에 달했고, 종영하면서 제리 사인필드는 방송사 사장과 모기업 GE(제너럴 일레트릭)회장에게 1년 연장을 조건으로 편당 500만 달러를 제안받을 정도였다. 제리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며 거절했다.
일반적으로 시즌이 지나갈 수록 재미없어지고 루즈해지는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사인필드>는 평단과 대중 모두 뒷 시즌이 더 재밌다고 평한다. 시청률도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렇게 미국 국민 시트콤에 이르기까지는 인기를 끌 만한 많은 요인들이 있었다고 본다. 그 중 필자가 생각하는 (혹은 사인필드의 팬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아래와 같다.
현실에 있을 법한, 미운 캐릭터
싫어하는 게 너무 많아 여자친구가 달마다 바뀌는 '제리 사인필드', 이웃집 제리의 냉장고에서 매일 뭔가를 꺼내먹는 '크레이머', 대머리 땅딸보에 화내고 소리지르는 '조지 코스탄자'까지. 바보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나마 제일 강단 있는 '일레인'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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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본인이고, 조지와 크레이머라는 캐릭터도 제작자들의 주변 인물들에서 데려온 캐릭터들이다. 특히 크레이머라는 인물은 실제 래리 데이비드의 이웃이었는데. 크레이머 본인이 크레이머를 연기하고 싶다고 하고, 거액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등 강경하게 나왔다고 한다. 어찌저찌 시트콤에서는 몰아냈다고. 그 외의 인물들도 래리 데이비드가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밉게만 보이다가도 정이 가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인물들이라서가 아닐까.
클래식한 코미디
에피소드마다 제리 사인필드의 스탠드업 코미디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사인필드>는 관객을 실제로 초청해서 쇼를 진행한다. 크레이머가 등장하는 씬에서 박수를 너무 오래 치는 관객들이나, 자꾸 '이거 녹화 되는거요?'하고 물어보는 할머니를 제지하기도 해야하지만. 그들은 이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사인필드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겼고, 은퇴한 지금까지도 가끔은 코미디 투어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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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이고 실없는 뉴욕식 유머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이 쇼에는 울게 만드는 장면도 뭔가를 배우는 장면도 없다. 학창 시절 틀어주던 영어 시트콤처럼 그래서인지 지루하지도 않다. 학교에서 <심슨 가족>이나 <사우스파크>를 틀어줄 수는 없지 않는가? 정도를 지키는 적당한 블랙코미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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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람들
우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우스워할 때 잘 웃지 않는다. 심각하고, 화내고, 미워하고, 엉뚱한 걸 믿고, 바보같이 속는 것을 보며 웃는다. 이 출연진들은 웃기기 위해 행동하는 법이 없다. 식사 메뉴를 고를 때도 진심이고, 뇌사 상태에 빠진 이웃 집 남자의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는 것에도 진심이다. 그리고 그걸 본 다른 이웃이 머핀 하나에도 눈감아주는 것에도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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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제리에게 묻는다. '웃기는 것도 유전인가요?' 그는 그렇다고 한다. 가르쳐 본 적도 없는데 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웃기고. 본인의 웃기는 재주도 아버지한테서 온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나는 웃기다'라고 믿는 능력 또한 웃긴 사람의 조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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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필드>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에서도 방영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서서 그 회차를 보았고, 울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종영할 때도 울었는데, 그보다 더 애정이 가는 <사인필드>는 왠지 동시대 미국에서 본방사수를 하지 못해 다행이랄까. 다 볼때 쯤이면 '안 본 눈 삽니다'라고 할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한국에는 친숙하지 않은 <사인필드>를 위해 영상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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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레잇나잇쇼), 제리 사인펠드, 블랙베리와 아이폰 (한글 자막)
<사인필드> 종영 당시 조선일보 기사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사인필드> 비하인드 컷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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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에 살고, 성수와 신림을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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