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주에 술을 참 많이 마셨어요. 친구가 서울에 올라와서 이틀밤 정도를 재워주고. 그 다음에는 손님으로 친해진 사람들이랑 술을 먹고 놀러다니고. 그러다보니 벌써 금요일이네요. 금주에는 정말 금주를 해야겠어요. 금주의 금주라고나 할까요. 여러분들 중에는 직장인과 학생도 있을 것이고, 저처럼 반백수의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겠죠. 아마 전자가 훨씬 많을 거에요. 저처럼 대충 사는 사람도 잘 없거든요. 학창시절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요새는 뭐하고 사냐’면서 은근히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였어요. 저도 그걸 보면서 괜히 어깨를 으쓱하고 기분이 좋았거든요. 좀 더 막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이렇게 된 걸까요?
그러고보니 지난 EBS면접에서도 그 말을 들었네요. "대체 태홍씨의 최종 꿈은 뭘까요? 하하" "제가 좀 다양한 걸 해서 그렇죠. 저는 50살 넘어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왜 지금은 그걸 안하고 있죠?" "저는 제가 지금 빛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거든요."
괜찮은 대답인 것 같은데 왜 안뽑힌 걸까요. 하하.
자타공인 자유로운 영혼인 저도 현자타임이 옵니다. 특히나 빈 통장 잔고를 맞닥뜨린 요즘같은 때죠. 좋아하는 밴드의 키보드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운좋게 취업이 됐는데 뉴욕이나 시카고에 가서 건설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밴드는 잠시 쉬고 기러기아빠처럼 보컬 솔로작업을 도와줄 예정이다. 그렇게 말하는 형의 목소리에 슬픔과 답답함,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설렘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어요. 인생 참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연말에는 같이 뮤직비디오 찍어보자”하고 같이 술 마시며 호연지기를 다졌던 게 불과 1-2주 전인데요. 그에게는 좋지 않은 일일 지 모르겠지만 부러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인생의 변곡점에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시네마천국> 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사랑을 잃고 큰 꿈을 찾아 떠납니다. 키보드 형도 밴드 멤버들을 잠시 잃고 뉴욕으로 떠나죠. 이별은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 아마 사랑을 시작할 때보다 더 많이요! 저도 이별을 겪고 달라진 게 많습니다. 우선 살이 쭉 빠졌고. 매일 가던 작업실을 안가게 되고. 그 사람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일에 몰두하게 되고. 글을 더 자주 쓰게 됐어요. 이건 우리끼리 비밀인데 KBS에 사연도 보냈습니다. 이별한 연인들에게 재회의 기회를 주려는 예능이었는데요. 물론 떨어졌구요. 공중파에 출연해서 바로 배우로 데뷔할 기회였는데 그 꿈은 아쉽게 됐어요. 어쨌든 그렇게 저는 욕도 해보고 반성도 해봤는데. 결국은 고전적인 말만 남더라고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죠. 그리고 저는 매사 무거운 편이었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변화도 있는데, ‘에라 모르겠다 재밌게 놀자’라는 마음이 생겨서 저를 내려놓게 됐어요. 술마실 때의 제 성격이 조금은 더 유쾌하고 재밌어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 사람에게 오히려 고맙네요. 나를 이렇게까지 변하게 해준 거니까요. 이야, 헤어진 직후에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울며불며 캐리어를 싸들고 친구 집을 전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저도 많이 컸네요.
<시네마 천국> 중
<시네마 천국> 중
어제 같이 술을 마신 친구는 자주 오던 가게 손님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대학 동기였습니다. 어쩐지 낯이 익더래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제 얼굴을 봤었나봅니다. 나보고 그만 그리워하라고 해서 "아니 이미 잊은 지 오래고. 오히려 내 이상형은 보자마자 너였는데?"라고 말했답니다. 하하. 그 친구랑 잘해보려고요. 휴, 각설할게요.
제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실시간 검색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자리에서 듣는 친구의 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그저 흥미 때문일지도 몰라요. <타인의 삶> 이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의 관음 본능인 거죠. 실시간 검색어가 있던 시절에는 유명인의 가십이 항상 탑 순위에 오르내렸어요. 그 어떤 중요한 정치/경제 뉴스보다도 먼저요.
제 친구들이 제 삶을 흥미있어 하듯, 제게는 여러분의 삶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이별이 여러분에게 큰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준 적이 있나요? 그게 지나가고 나서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느껴진 부분이 있나요? 그 어떤 유명인의 인터뷰보다 값진 구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