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 마음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일간 이슬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슬아가 말했습니다. MBTI탓하며 생각이 많은 걸 합리화하는 저도 그 말을 듣고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말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게 좋은 점도 있잖아?’
에릭 오씨를 인터뷰하기로 한 가게 2층에서 송민호(MINO)씨를 우연히 마주쳤어요. 검정 코트를 입고 안경을 높이 올려 머리를 눌렀습니다. 송민호씨 아니세요? 했다가 돌아서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가방에서 꺼내 명함을 주었습니다. 어떤 매거진이예요? 어물쩡거렸습니다.
“프레데릭 말 아세요” “네 알죠” “다음 주에 거기 취재하러 가요“ 상상 속 대화였지만 실제로는 ”문화예술계 인물을 인터뷰하는…“ 어쩌고 하면서 주현영씨가 연기한 대학생 PPT 발표처럼 얘기했습니다.
민호씨, 이 글 보고계시다면 저 다음주에 프랑스 갑니다. 좋아하는 향 있으면 알려주세요. 거기에 말해줄게요.
엊그제부터 전단지를 돌립니다. 이게 뭐지 하고 피식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무관심합니다. 술집에서 일할 때처럼 마이크를 들고 지하철 역에서 ‘뉴스 읽어주기’ ‘날씨 브리핑’ ‘아재개그타임’ 등을 진행하는 상상을 합니다. 상상하다보면 실제로 몇 개는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신장 개업이예요. 소장 대장 간 쓸개도 아니고 신장이요” “아 네…” 가게에서 했다면 몇몇은 웃었겠지만 발걸음이 바쁜 이들은 싸늘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얘기를 더 해보고 싶어 못내 아쉬운 인터뷰를 뒤로 하고 한남동을 걸어 다녔습니다. 친구가 돌려달라고 부탁한 카메라를 우체국에 가서 부쳤어요. 가보고 싶던 가게도 몇 군데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면 해외여행이라는 건 허상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거기서 얻고자 하는 건 여기에 다 있는 지도 모릅니다.
뉴욕이고 LA고 핫한 가게는 서울로 모조리 들어온다고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서울이 좋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출국만 생각하면 설레고 때론 두렵기까지 할까요.
캐리어를 들고 공항까지 가는 길도, 아니 캐리어를 포장하는 순간마저도 설레겠죠. 반면 해외여행에 전혀 미련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외국어 공부 할 생각 있어?" "전혀 없는데.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당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정말로 떠나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의 이야기를 궁금해 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도 한 몫 합니다.
“매 순간 그럴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문상훈이 유재석에게 쓴 편지에서 저는 울 뻔했습니다. 울음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상훈 씨의 저 편지에는 정말로 울 뻔했어요. 고맙다는 유재석에게 멋쩍게 웃는 문상훈. 그를 찍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의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방송용 웃음일지도 모를 편안한 웃음 뒤에, 진심으로 행복을 비는 듯한 슬픈 눈을 보았어요.
제 글도 그의 편지처럼 휘발되지 않는 것으로 남겨두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종이 잡지로 발간할 것이기도 하고요. 욕심이겠지만 조금 더 무게감을 가지고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저도 좀 더 무게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도 이 말을 끝으로 뉴스레터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원해서든, 원치 않았든, 제 글을 보게 된 모두 대체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