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의 튤립매거진
여러분 안녕하세요. meta태홍입니다. 인터넷 세계에서의 태홍은 현생이 어려운 나머지 NFT가 되어 돌아왔는데요. 10,000개로 저를 조각내서 NFT로 발행한 후제 팬들(...)이 저를 구매한다는 개념이예요. 로드맵도 생각해봤는데요. 5% 팔리면 디스코드 채팅방을 개설하고 10% 에는 굿즈를 만들어 돌리고, 20%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40%에는 음반을 만들고 60%에는 영화를 만들고. 미술작품처럼 실제 정태홍을 불태워 NFT의 가치를 높일 수는 없으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죠. 음. 그러면 사주실건가요?
여러분에게는 봄이 어떤 인상으로 남아있나요. 저에게 봄은 장범준의 노래와 벚꽃 핀 가로수길로 남아있어요. 웹툰이나 드라마에서 보아온 대학가의 거리로도 남아있구요. 참으로 MZ세대같은 잔상이지요? 모두 봄에 대한 작은 기억은 하나쯤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대학 연애시절에 매일 술을 먹고 아버지가 대전 궁동에서 버스를 타고 서구 끝자락까지 엄마를 태워다주고 돌아왔다고 해요. 저는 그 기억도 봄으로 남아있어요.
보통 이쯤이면 벚꽃이 언제 피나 생각을 할텐데요. 오늘 아침에도 바깥 날씨를 슬쩍 보니 아, 아직은 롱패딩이구나 하고 나와서 사람들도 다 패딩을 입은 모습들을 보면서 겨울이 정말 길구나 하는.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보통 벚꽃을 기다리지는 않는데 요즘엔 기다려요. 빨리 지는 꽃이 허망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덧없음이 아름다워요.
튤립매거진에도 봄이 올까요? 내년 초에는 저희 이름으로 되는 카페를 만들려고 하거든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시겠죠?
|
|
|
20220206
글 정태홍, 사진 알리샤 제공
단단한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소탈하며 자신이 받을 만큼의 배려를 보여준다. 알리사는 소통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상반기 뉴욕에서 있을 그의 개인전 소식이 기다려진다.
A woman who has her own self-esteem is unaffected. She also shows as much consideration as she wants to receive. Alisha Lee was a person who knew how to get the best results throughout communication. We look forward to her next exhibition in NY.
|
|
|
데일리 루틴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해요. 하루를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다짐이 되는 것 같아서. 정리를 안 하면 첫 단추가 안끼워지는 느낌이예요. 그리고 편백수를 뿌리고 창문을 열고, 밥을 시키던 커피를 사러 나가든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향수도 되게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편백수는 어느 브랜드 것을 쓰세요?
그냥 쿠팡에서 샀어요
의외네요. 이솝(Yesop) 이런 데인줄 알았어요.
엄청 대용량.. (웃음)
영감은 보통 어디서부터 오는 편인가요?
주로 영감을 저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덜한 편인데, 예전에는 영화도 안보고, 자극이나 영감을 줄 법한 매개체들을 다 끊어낸 적도 있어요. 제가 최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어서 다른 어떤것에서 영감을 받는걸 자존심상해 했어요. 대신 다이어리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거나. 글들을 짜깁기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전시도 자주 가보려고 하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하고. 인간 알리샤의 색이 어느정도 짙어진 상태에서 영감물에 노출되면 걸러서 흡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철학 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문장에서 영감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인생의 지혜를 발전 시킬 수 있어서 스스로가 높은 곳에 올라간 기분이예요.
보통이요? 아니면 요즘이예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상상하는 걸 잘 하는 것 같아요. 이미지를 보면 그 틀에서 못 벗어나잖아요. 글은 본연의 내가 상상하는 대로 이미지화가 되잖아요.
2000아카이브랑 하는 스타킹 작업도 되게 새롭고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서도 어떤 참고자료들을 주는 지, 글을 주면서 해석해달라고 하는 지. 작업이 진행되는 방식이 궁금해요.
2000아카이브에서는 완전히 작업의 자유도를 100% 보장해줘요.
... |
한국사람의 <DABDA>아트워크로도 참여하셨는데요. 작업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앨범커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궁금해하는 비주얼 작업자나 팬들도 많을 것 같아서요.
한국사람님과 <DABDA> 를 포함해서 4개정도를 같이 했어요. <DABDA> 앨범커버는 한국사람님의 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이 그림을 전부 그분이 그리셨는데. 이 뒤에 공룡도 있고. (그림을 보여주며)원래는 이게 뒤 배경이예요. 이 위에 그림을 그리신거예요. 심지어 공룡이랑 성을 만들어달라고 하셔서 디테일하게 다 만들었는데 블러처리를 해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이 상태로 발매를 할까요 했는데. ‘제가 그림을 그려야겠습니다’ 하시면서 새로 만들어 보내주신거예요. 그치만 저도 이게 훨씬 마음에 들어요. 뒤에 있던 오브젝트는 우리만 아는 걸로.
그런 건 열심히 만드셨는데 따로 인스타에 올리거나 하진 않으셨네요.
한국사람님이 어쨌든 외주로 저에게 맡기신 거니 미공개본을 그렇게 사용하고 싶진 않아서요.
|
|
|
000
남들이 하는 걸 다하고 싶은 욕구가 뼛속까지 있다. 욕구라고 해야 할지, 욕심이라고 해야 할지, 심보라고 해야 할지. 심드렁한 척하지만 콧구멍은 누구보다 크게 드릉드릉거린다. 그렇다고 막상 주변 사람이 하고 다니면, 하기 싫어진다. 이런 걸 홍대병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지. 괜히 서론만 길었다. 여하튼 패션이든 음식이든 문화든 모든 측에서 발생하는 코미디 같은 면모는 향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쉬가 제주도에서 덜 유명했을 때였다. ‘도’칭 서울 냄새라며, 지하철에 가면 이 냄새가 난다고 한창 돌아다니던 브랜드. 아메카지 스타일에 비니를 쓴 수염 달린 스타일의 옷 가게 사장님이면 이 향수를 어김없이 뿌린다지? 이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린다는 브랜드였다. 제주도가 심심했던 나는 간간이 서울로 제 집 가는 듯 가서, 이미 몇 년째 애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만 사용하고 있다는 향이란 것과 앞서 말한 이미지를 부숴버리고 싶은 드릉드릉한 욕구. (이전부터 샤랄라 한 원피스를 입고 지프에서 내리는 나를 상상했다.) 그로 인해 형성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사람 자체의 캐릭터를 뽐내는 것 같아 더티를 뿌릴 때마다 항상 기분이 다채로웠다.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한 번, 카페에서 한 번, 버스에서조차 그 향이 타인의 체취와 섞이자마자 더 이상 더티를 쓰지 않았다. 물론 같이 쓰던 보디로션도 동시에 끊었다.
끊임없이 향 관련이라면 뭐든 코에 갖다 대고 어디서 맡아본 냄새라면 믿고 걸러냈다. 섬유 유연제 냄새를 제외한 나머지는 익숙한 향이었고, 제법 비슷하게 따라 한 자연 냄새에는 인공적 감미료 같아 칠색 팔색 하며 피했다. 드물게 만나는 기분 좋은 것들은 뒤에 붙는 공들이 많던가, 용량이 없던가 둘 중에 하나였다. 다행인 건 나름 취향 외골수 향 수집가로서 구매력을 향상하는 달이 올 때면, 이런 드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긴 한다. 안 그러면 두고두고 후회할 미래의 내가 아른거려서 미치겠으니.
|
|
|
튤립 매거진 (TULP MAGAZINE)
Letters From Tulp
<Letters From Tulp>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주목할 만한 문화의 흐름이나 멋진 공간 등을 소개하는 글들로 이어져 나갑니다.
소개를 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나 공간, 제품 등이 있다면 이메일로, 혹은 아래에 [제안하기] 버튼을 통해 알려주세요. 작은 피드백 하나하나가 소중한 순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
|
|
|
2022년 1월 3일부터 뉴스레터 발송 플랫폼 <스티비> 방침에 따라 구독자 수가 500명으로 제한됩니다. 앞으로는 부득이하게 홈페이지 회원 가입을 해주시는 분들께 우선적으로 발송됩니다.
|
|
|
튤립 info@tulp.co.kr 서울 관악구 관천로 11길 154 지하 1층
Copyright ©2021 TULPMAG, All rights reserved.
|
|
|
|
|